• Another Space 또 다른 풍경    장재록 개인전
  • 2021.08.03 - 2021.09.30
  • 서울대학교 병원

예술은 일반적으로 현실을 충실히 묘사하는 구상미술과 관념의 세계를 지향하는 추상미술로 나뉘어진다. 구상미술은 현실을 재현하며 내면을 향해 표현된다면, 추상미술은 보여지는 현실을 부정하고 내면을 향해 무엇이 진짜인가에 관심을 갖는다. 두 갈래의 예술은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사실인지 고민하고, 그 사실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기원을 같이 한다. 내면의 사실성을 추구하는 예술적 고민 또한 동일하다.

 

장재록 작가는 서예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먹'을 가까이 하며 '먹'의 특성, 재료적 성질에 친숙하게 되었다. 단국대학교 동양화과를 입학하여 작품활동에 있어서 동양화 기법의 깊이를 더한 장재록은 홍익대학교 박사과정을 거치며 동양적인 소재인 '먹'을 캔버스 천 위에서 표현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법은 서양화의 물감재료와 동양화의 종이재료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융합으로 새로운 표현과 질감을 창조해낸다. 

 

장재록 작가는 보이는 사실 자체를 자신 만의 작가적 해석으로 변환해 캔버스 위에 풀어나간다. 현대사회 물질성을 대표하는 자동차와 고전과 전통에 담긴 물질성을 대표하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샹들리에는 그 기원에 시간적 격차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질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추구를 상징한다. 장재록 작가가 '먹'이라는 오래된 소재로 재해석한 다양한 사물들은 검어보이지만 결코 검지 않고, 희어보이지만 결코 희지 않다. 사실적인 테크닉과 표현력은 선형적인 시간에 비선형성을 부여하며 감상의 시간을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장재록의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시간', '또 다른 공간'의 감상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